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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장
[여행기] 일본 후쿠오카현 01, 다자이후 본문
5월 쓰시마 여행에서의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다시 여행 계획을 짰다. 여름 석 달 동안 매일같이 이어진 철야 업무에도 가을에 있을 여행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두번째 여행지로 결정한 곳은 규슈(九州)의 후쿠오카현(福岡県)이었다. 이번 여행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8년 3월, 군 입대를 얼마 앞두지 않은 대학 2학년 1학기 때 학과 고적답사로 처음 방문했던 곳이다. 그때는 부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로 입항해 후쿠오카현, 구마모토현, 사가현 등을 둘러보았었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방문지는 고분군이나 성 같은 유적들과 박물관이 주를 이뤘다. 태어나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아보는 것이기도 했기에 나에겐 의미가 큰 여행이었다.
이번에도 출발은 부산이다. 업무를 마친 뒤 집에서 미리 싸둔 짐을 챙겨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다만 이번에는 부산에 도착하고 나서도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이동한다. 지난번에는 여객선을 타야했고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부산역 인근이라 역 바로 앞에서 숙박을 했지만, 이번에는 김해공항에서 아침 비행편을 이용해야 했기에 공항 근처 사상역까지 이동해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새벽 다섯 시가 겨우 지났을 때 숙소에서 나와 사상역에서 김해공항으로 가는 경전철 첫차를 탔다. 이제 10월이라 그런지 밖은 쌀쌀하고 어두웠다.
막 동이 터오는 바깥 풍경과 달리 공항 내부는 이른 시각부터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체크인 하고 터미널 내에 있는 식당에서 가벼운 식사를 했다.
부산과 후쿠오카는 워낙 가까워서 두 도시간의 비행편은 웬만한 국내선보다도 짧은 국제 노선이라고 한다. 스케줄상 운항 시간은 50분 정도로 나오지만 실제로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한창 비행하는 중 반가운 땅이 보였다. 5월에 여행한 쓰시마(対馬)다. 아래편에는 내가 그렇게 신기해했던 쓰시마 공항이 보이고 저 멀리 이즈하라(厳原)도 보인다.
짧은 비행 끝에 후쿠오카 공항에 착륙한다. 5개월 만의 일본 방문이다. 후쿠오카현은 규슈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현으로 인구는 510만 명 정도다. 현청 소재지인 후쿠오카시는 인구 150만여 명으로 일본 전국에서 6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기도하다.
입국심사 후 짐을 챙겨 나온다. 후쿠오카 공항은 도심과 아주 가깝고 지하철 역도 있다. 다만 지하철 역이 이곳 국제선 터미널에 있는 게 아니라서, 내부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터미널까지 가야한다. 여행 오기 전에 알아본 바로는 국내선 터미널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던데 막상 타보니 진짜 오래 걸렸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거의 15~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하카타(博多) 역에 도착했다. JR 역이 위치해 있어 후쿠오카의 교통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노선도에도 보이지만 공항에서 하카타 역까지 역 하나만 지나면 될 정도로 가깝다. 역마다 고유의 로고가 있는 것이 재미있다.
여기서 바로 후쿠오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카타 역 코인락커에 짐만 보관해 두고 인근의 다자이후(大宰府)로 갈 것이다. 10년 전 그 고적답사에서 첫 일정을 다자이후에서 시작했던 기억을 되살려 이번 여행도 다자이후를 첫 목적지로 삼은 것이다.
10년 전 첫 일본 여행은 학과에서 함께 간 단체 여행이었기에 관광 버스로만 다녔고, 지난 5월에 다녀온 두 번째 여행은 철도가 없는 지역이었기에, 이번에 처음으로 일본 철도를 이용해 보는 것이다.
일본 철도는 민영화 되어 있어서 과거 공기업이었던 JR(87년부터 민영화)을 비롯해 전국에 100개가 넘는 철도 회사(공기업 시절 국철(国鉄)이라 불렸던 JR과 구분해 사철(私鉄)이라 부름)가 있다. 그만큼 철도망이 촘촘하고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것은 좋으나 문제는 보통 JR과 사철 회사들이 선로는 물론이고 역마저 따로 쓴다는 것이다. 설사 같은 역을 쓰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자동 환승이 안 되고 개찰구를 다시 통과해야 한다.
이곳 후쿠오카현에도 니시테츠(西日本鉄道, 줄여서 西鉄)라는 대형 사철 회사가 있는데, 다자이후로 가려면 이 회사의 열차를 타야한다. 하카타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텐진(天神) 역까지 이동한 뒤 니시테츠 역인 니시테츠후쿠오카(西鉄福岡(天神)) 역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니시테츠후쿠오카역에서 다자이후로 가는 열차에 오른다. 아주 번거로운 과정이다.
20여 분 만에 다자이후역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았다. 다자이후시는 인구 7만 정도의 작은 도시로, 고대에는 규슈 일대의 행정을 총괄하는 관청이 설치되었던 곳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역사적 유적보다도 학문의 신으로 추앙 받는 헤이안 시대의 문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를 모신 신사인 다자이후덴만구(太宰府天満宮) 덕분에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다자이후덴만구로 이동하는 길은 말끔하게 꾸며져 있다. 한국어 팸플릿도 비치되어 있어 바로 집어 들었다. 야스타케(やす武)라는 가게에서 나름 다자이후의 명물이라 하는 우메가에모치(梅ヶ枝餅)를 세 개 샀다. 달달한 팥 소가 들어간 전병이다.
주문할 때 세 개를 달라고 얘기하려 했는데, 3은 '산' 개는 왠지 '카이'라고 발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손가락 세 개를 펴고 '산카이'라고 하니 종업원이 웃으며 '산카이'가 아니고 '밋츠(三つ)'라고 얘기해줬다. 나중에 알아보니 '산카이'는 보통 '세 번(三回)'을 의미하고, '세 개'라고 말하려면 종업원이 알려준 대로 '밋츠(三つ)'라고 하거나 '산코(三個)'라고 해야한다.
도리이가 보이고 이제 덴만구 내부로 들어간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 845~903)는 헤이안 시대 최고의 천재라 불리던 문인으로 재상급의 지위에까지 올랐다가 권력 싸움에서 밀려 교토를 떠나 규슈의 다자이후로 좌천되었다. 여생 동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 이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하는데, 사후에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입시철이 되면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신 신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이 학문의 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신 신사를 덴만구(天満宮)라 하며 전국 여러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 다자이후덴만구는 교토와 야마구치현 호후의 덴만구와 함께 일본 3대 덴만구로 꼽히는 곳이고, 특히나 그가 실제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후에 위치해 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한다. 아까 먹은 우메가에모치(梅ヶ枝餅)도 한 노파가 미치자네에게 매화 가지에 떡을 꽂아 전해준 일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위 사진에서 보이듯 교복 입은 현지인 학생들도 많았다. 아마 학업에서 좋은 결과를 빌기 위해 여기에 왔지 않나 싶다.
사진의 오른편 구석에 보면 본전 바로 앞에 울타리에 둘러 싸인 나무가 보이는데 이 나무에 얽힌 독특한 전설이 있다. 미치자네가 다자이후로 좌천될 때 교토 집 정원에 심어진 매화나무, 벚나무, 소나무에게 작별의 시를 읊었는데, 벚나무는 주인과의 작별이 슬퍼 말라 죽어버렸고, 매화나무와 소나무는 하늘을 날아 미치자네를 따라가다가 소나무는 중간에 고베에 뿌리 내리고 매화는 이곳 다자이후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그 나무가 아직 남아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고, 토비우메(飛梅)라고 부른다고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본전 뒤편, 사람들이 소원을 적어 봉납한 모습이다.
규슈국립박물관(九州国立博物館)으로 향한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10년 전 그 여행에서도 방문했던 곳인데, 그때도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우리나라에는 웬만한 광역권마다 국립박물관이 최소 하나씩은 있는 편인데, 일본은 국립박물관이 도쿄, 교토, 나라 그리고 이곳 규슈국립박물관 네 곳 뿐이다. 내가 갔을 땐 특별전으로 오쿠라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건 스킵하고 그냥 상설전시만 보기로 했다. 상설전시만 보면 입장료가 430엔이다.
규슈국립박물관은 한국, 중국 등 이웃 나라와의 교류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입구에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무료)해 나름 각잡고 전시실을 돌았다.
국립박물관에서 나와 다시 덴만구로 돌아왔다. 사실 국립박물관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덴만구 앞 정원 바로 옆에 있어서 여기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덴만구 내에는 고신규(御神牛)라는 소 동상이 있는데 이런 곳에 있는 동상이 주로 그렇 듯 만지면 각종 효험이 있다는 전설이 있어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 번씩 만지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덴만구에서 나와 길을 걷는다. 다자이후 스타벅스인데 독특한 건물 디자인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 다자이후 시청이 보여서 사진에 담았다. 지난번 쓰시마 여행 때도 쓰시마 시청 사진을 찍었는데 이번 여행부터 방문 도시의 시청 사진을 항상 찍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날씨가 좋긴한데 햇볕이 너무 강하기도 해서 계속 걸어서 이동하기엔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잡아타고 다자이후 정청 터(大宰府政庁跡)로 이동한다. 버스 요금은 단돈 100엔.
다자이후 정청 터에 도착했다. 앞서 말했 듯, 다자이후에는 고대에 규슈 일대의 행정을 총괄하는 관청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도 10년 전 고적답사 때 왔던 곳이다.
유적지 바로 옆에는 작은 전시관이 있는데 이곳을 둘러보던 중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전시관에 관람객은 나 혼자 밖에 없었고, 자원봉사자인지 직원인지 불분명한 현지인 할아버지 두 분(명찰을 달고 계셨음)이 앉아 있었는데, 이분들이 다가오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영어로 "Do you know history?"라고 묻기에, 나름 관련 학과 출신이기도 해서 어설픈 영어로 조금이라고 대답하니 갑자기 지시봉을 들고 설명을 시작하셨다.
할아버지가 지도를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바디랭기지에 짧은 영어까지 동원해 설명하니 대충 무엇에 대해 얘기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이곳이 삼국시대 한반도와 아주 중요한 관계였다는 뭐 그런 내용. 나는 일본어를 간단한 인삿말밖에 할 줄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영어를 좀 하셨던지라 결국 영어(나는 문법을 완전히 무시한 단어 나열식 영어를 구사한다)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한국에 국립박물관이 많더라는 얘기. 우리나라에 국박이 많다기 보단 일본에 네 개밖에 없다보니 많아보이는 것 같긴한데, 이런 얘길 하는 거 보니 관련 일을 하다 은퇴하신 분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고나서 다자이후와 인근 지역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려 하시는데, 짧은 영어 대화도 결국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갑자기 전시관 입구에 있는 여직원에게 가서 이것저것 물으시더니 그때부터 번역 어플을 동원해 대화를 시도하셨다. 그러면서 다자이후 인근의 오노성(大野城)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그 바로 인근의 미즈키성(水城)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때 재미있었던 게 할아버지가 번역 어플에 대고 '미즈키'라고 얘기할 때마다 번역 어플이 이것을 수영복이라고 번역했던 것. 나중에 알아보니 수영복은 발음이 '미즈기(水着)'라서 어플이 혼동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들에게 인사드리고 전시관을 떠나 다자이후 정청 유적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들과 헤어지기 전에 사진 한 번 함께 찍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행 다니면서 웅장하고 대단한 풍경을 보는 것보다도 이런 일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지금은 이미 여행으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두 분 다 잘 지내고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걸어걸어 니시테츠 도후로마에(都府楼前)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열차를 타고 후쿠오카 시내로 돌아갈 것이다. 다자이후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는지 이미 오후 2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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