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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1 국내여행

[여행기] 경상북도 울진군 03, 온정, 후포

가나다라마바사 2021. 8. 12. 01:21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오늘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평해 터미널로 돌아왔다. 이제 오후 4시 40분쯤... 너무도 한산하다. 여기서 백암온천이 있는 온정면으로 가는 버스를 탈 것이다.

 

 사람은 많지 않다. 굽이굽이 계곡길을 쭉 따라 백암온천으로 향한다.

 

 

 온정면 백암온천에 도착했다. 나름 관광지답게 꾸며져 있는데 토요일인데도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너무도 한산하다. 백암온천은 신라 시대 한 사냥꾼이 우연히 발견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제는 뭔가 쇠락한 관광지 같은 느낌이 강하다.

 

 

 오늘 묵을 숙소는 이곳이다. 근방에 좀 더 시설이 잘 갖춰진 곳도 많은데, 굳이 이 곳을 숙소로 골랐다. 이왕이면 백암온천다운 깊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에서 묵고 싶었고 그에 가장 적합한 곳이 여기가 아닐까 싶었다. 싸기도 하고... 입구에서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간다.

 

 

 오래된 곳이라 복도도 참 음산하다. 그래도 뭐 나는 개인 욕실 있고 바퀴벌레만 안 나오면 좋은 숙소라고 생각하기에 이정도도 충분히 안락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저렴한 온돌방 숙소를 예약했다. 내부는 리모델링을 최근에 했는지 나름 깔끔하다. 그런데, 낮 동안 너무 체력 소모가 커서 그런지 뜨끈한 온돌방을 보자마자 바로 누워버렸고 나도 모르게 맨바닥에 대자로 뻗어 두 시간 가까이 잠들어버렸다.

 

 

 깨고 나니 이미 밖은 어둑어둑하다. 숙소에 도착한 건 다섯시 조금 넘어서인데 지금은 일곱 시를 넘긴 시각이다. TV를 켜니 토요일 저녁 예능 프로가 방송중이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간다. 담백한 게 먹고 싶어서 토속순두부 정식을 하나 주문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반찬들이지만 하나하나가 맛있다. 점심식사와 마찬가지로 모든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가게에 처음 들어설 때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방문자 명부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명부를 대충 보니 오늘 하루 동안 방문자가 저녁 늦게 방문한 나를 포함해 세 명뿐이었다. 뭔가 쇠락한 관광지인 이곳의 모습과 더불어 서글픈 기분이 느껴졌다.

 

 

 온정면 중심가로 향한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 몇 캔과 군것질 거리를 산다. 오랜만의 여행인데 혼술을 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고려호텔의 밤 풍경. 낮보다 더 포스가 넘친다. 대욕장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겁이나 차마 이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개별 객실에도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라 욕조에 물을 받아 온천욕을 즐겼다.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나니 피로도 해소 되고 온천수 특유의 미끌미끌한 느낌도 좋았다. 혼자만의 온천욕을 즐긴 뒤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와 안주거리를 벗삼아 밤을 보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체크아웃하고 주변을 좀 둘러본다. 내 숙소인 고려호텔 바로 근처에는 LG 연수원이 있다. 백암에는 순수 관광 시설 외에 이런 기업 연수원들도 자리하고 있다. 군생활 할 때 부대에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협조를 얻어 저 LG 연수원에서 일요일마다 목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희망자 신청을 하면 일요일 오후에 작은 미니버스를 타고 부대에서 여기까지 와서 목욕을 했는데, 부대 물 사정이 괜찮아진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신청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온천보다도 여기 있는 편의점이며 이런 시설들이 마치 사회에 나온 느낌을 안겨준 탓에 더 좋았던 것 같다.

 

 

 이제 온정면을 떠난다. 다시 이번 여행의 기점인 평해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평해로 향하는 길. 이렇게 구불구불한 계곡길이 계속 이어진다.

 

 

 다시 평해다. 아침 8시. 터미널 앞의 슈퍼에서 캔커피 하나 사서 후딱 마시고 후포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버스는 곧장 바다 방향으로 나아가 해안도로를 탄다. 탁 트인 동해바다. 언제봐도 지겹지 않다. 버스를 계속 타고 가는데 기사님과 그 바로 뒤에 앉은 승객 분이 요즘 외지인들 자꾸 와서 큰일이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좀 뒤편에 앉아 있었고, 두 분은 맨 앞에 앉아 있긴 했지만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각이라 승객이 없어서 뒤에서도 대화가 다 들렸다. 물론 나야 그저 여행삼아 왔을 뿐이지만 지금 같은 시국에 이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같은 외지인이 큰 위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포면에 도착했다. 면 단위 지역이지만 인접한 평해읍보다 더 활기찬 느낌이다. 대게로 유명한 동네라 대게 전문 식당들이 즐비하다. 대게 하면 보통 영덕을 떠올리는데 울진도 영덕 못지 않게 대게가 많이 잡히는 고장이라고 한다. 아니 오히려 영덕보다 어획량이 훨씬 많다는 홍보물도 봤던 기억이 있다.

 

 

 후포항의 모습이다. 어민들은 생업을 위해 분주하다.

 

 

 대게로 유명한 이 동네에서 멋드러지게 대게 한 마리 뜯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대게라는 것이 그렇게 비싼줄을... 혼자 먹더라도 10만원 가까이 써야한다고 하고, 게다가 지금은 제철도 아니어서 주문을 해도 동해에서 잡은 대게가 아니라 러시아산 박달게가 나온다고 한다. 그도 그렇고 대낮에 다른 손님들 보는 앞에서 나 혼자 식탁 하나 차지하고 앉아 비닐장갑 끼고 게랑 씨름하고 있는 모습도 참 가관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맛보기만 하고자 15,000원쯤 하는 대게 비빔밥을 주문했다.

 

 비빔밥에 대게살, 그 위에 박혀 있는 집게 하나, 그리고 홍게가 들어간 맑은 탕이 나왔다. 대게 한마리 못 뜯은 건 아쉽지만 뭐...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다.

 

 

 이제 이번 여행도 마무리를 향해간다. 돌아가서 사람들 나눠주려고 대게빵 한 박스 사고 후포의 거리를 걷는다. 대게살을 넣어 만든 빵이라는데, 나중에 집에서 먹어보니 아주 약간 게맛이 느껴질까 말까 싶은 맛이었다. 후포 터미널로 가서 영덕으로 가는 버스를 탈 것이다.

 

 

 후포 터미널이다. 이등병 때 자대 배치 받고 몇 주 지나 여기로 외박나왔던 기억이 있다. 입대한 후 처음 겪는 바깥 세상의 모습이라 아직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돌아가는 날 오후 내내 이 터미널 옆 PC방에서 그간 못 했던 인터넷과 게임을 실컷 하고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부대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후포에서 영덕으로 향하는 하행버스를 탔다. 사실 바로 포항으로 가도 되는데 굳이 영덕까지만 가는 이유는 새로 생긴 동해중부선 열차를 한번 타보고싶어서였다. 그리고 환승 시간만 잘 맞으면 영덕에서 열차를 타는 게 좀 더 빠르기도 했고

 

 

 영덕 터미널에서 조금만 걸으면 영덕역이 나온다. 영덕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포항역에서 KTX로 환승했다. 근 1년 반 만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1박 2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옛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들을 다시 둘러보는 여행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 여행다니기 힘든 시기이지만 또 새로운 여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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