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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강원도 동해안 03, 백담사, 속초해수욕장 본문

2022/2022 국내여행 & 등산

[여행기] 강원도 동해안 03, 백담사, 속초해수욕장

가나다라마바사 2022. 8. 27. 14:54

 백담사에 가려면 미시령을 넘어야 한다. 차를 세운 이곳은 울산바위 촬영 휴게소라는 곳인데, 안타깝게도 휴게소는 폐업했고, 울산바위는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산에 낀 저 안개 뒤에 울산바위가 웅장한 자태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또 업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원래 계획은 이 휴게소 뒷길로 빠져 미시령 옛길을 타는 것이었다.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예전에 사람들이 속초에 오기 위해 탔던 유명한 길이기도 해서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운무도 잔뜩 꼈으니 아직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나에겐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냥 미시령 터널길을 이용하려 한다. 저 앞에 보이는 요금소를 지나면 곧 미시령 터널이다.

 

 

 백담사 입구 마을에 도착했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백담사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린다. 걸어가도 되는데 편도 7km 거리라 그냥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버스 요금은 편도 2,500원이고 30분마다 출발하는데 자리가 다 차면 그 전에 출발한다. 평일 낮이라 한산한 분위기였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덧 모든 자리가 꽉 차 출발하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그냥 버스에 앉아 느긋하게 백담사로 가게 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백담사 가는 길은 생각 이상으로 험했고, 반면 수십 년 동안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을 왕복하는 기사님의 드라이빙 실력은 생각 이상으로 능숙했다. 좁디좁고 오르락 내리락 편차가 심한 이 길을 상당한 스피드로 질주하는데, 과장 좀 보태서 진짜 놀이기구 하나 탄 느낌...

 

 

 10여 분 간의 스릴을 만끽하고 백담사에 도착했다. 진짜 인세와 단절된 곳이라 할 만한 것 같다. 아직 여름이 오기 전이라 그런지 백담계곡에 물은 많이 흐르지 않는다.

 

 

 계곡을 건너면 백담사다. 유명한 것에 비해 생각만큼 큰 절은 아니다.

 

 

 백담사는 여러번 화재로 불탔다가 재건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건물들은 대체로 최근에 지어진 것 같은 모양새다.

 

 

 백담사의 화려한 화재 이력을 보여주는 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고 전두환이 은둔생활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경내에 한용운 선생 흉상이 있는데, 한 아저씨가 저거 전두환이 동상 아니냐고 하니 동행인 듯한 아주머니가 한용운 선생님이라고 타박주는 거 보고 엄청 웃겼던 기억이 난다. 둘 다 대머리긴 하지...

 

 

 계곡에는 소원을 빌기 위함인지 조약돌 탑이 가득하다. 날이 흐렸는데 오히려 맑은 것보다 더 운치가 있는 것 같다. 

 

 

 가을 단풍철에 물이 좀 불어난 상태일 때 오면 경치가 엄청날 것 같은데, 그땐 아마 사람으로 미어터지지 않을까 싶다.

 

 

 계곡을 다시 건너 자연관찰로를 한 바퀴 돌아보고 가려한다. 여기로 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나 혼자다.

 

 

 인적은 없지만 데크가 깔려 탐방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울창한 숲에서 피톤치드도 쬐고 좋은 공기 좀 마셔보려하는데, 자꾸 날파리가 꼬여서 엄청 성가셨다. 심호흡 한번 할까 싶으면 눈, 코, 귀 옆을 스쳐지나가는 통에 계속 손을 휘저으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못 찍었는데 이 길을 걷는 도중에 오소리를 봤다. 산에서 고라니, 청설모, 다람쥐 외의 야생동물을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돌다보니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가 보인다. 여기도 설악산 국립공원의 일부고 여기서부터 설악산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경우에 따라 입산 통제 등을 해야하니 사무소가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근무하면 기분이 어떨까.

 

 

 한 시간 반 정도 짧은 백담사 탐방을 끝내고, 다시 익스트림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승객 두 분이 왕복 5,000원을 받아서 이 업체가 과연 하루에 돈을 얼마나 벌고 기사들 월급과 유지비가 충당 가능한가에 대해 열심히 토론 중이셨다. 두 사람의 열띤 토론을 엿들으며 바깥 경치를 즐겼다. 이 셔틀버스가 주는 스릴감은 옆창문 보다는 앞창문을 통해 보아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 영상으로 담지 못해 아쉽다.

 

 

 마을 편의점에서 커피 한 병 사 마시고 다시 속초 시내로 향할 준비를 한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속초 시내에 도착해 함흥냉면옥이라는 식당에 들렀다. 우리나라 최초의 회냉면 집이라 하는데, 가게 벽에 걸려 있는 창업 일화와 흑백사진들을 보니 역사가 아주 오랜 집인 것 같다. 양념은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게 내 취향에 딱 맞는 편이었고, 면은 아주 쫄깃하고 찰기가 넘치는데, 중간 중간 따뜻한 육수 한 모금씩 마셔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이번 여행 최고의 식사를 꼽으라면 이 집을 꼽고 싶다.

 

 

 그래도 속초에 왔는데 바다 구경을 못하면 아쉽겠다 싶어 속초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지만 놀러 나온 사람들이 꽤 보였다.

 

 

 해수욕장에 대관람차가 설치되어 있는데 '속초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예전에 영국 출장가서 런던아이를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비슷... 한가? 혼자 온 거라 탈 생각은 없고 그냥 구경만 하다 간다.

 

 

 중앙시장 속초새우아저씨라는 가게에서 저녁으로 먹을 튀김을 사들고 숙소로 향한다. 설악산은 운무가 가득하다. 이번 여행 동안은 술을 안 마시려 했는데, 고민하다 숙소 앞 편의점에 들러 소주 한 병 사서 들어간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숙소에서 새우튀김, 홍게튀김에 소주 한 잔으로 저녁을 때운다. 어제처럼 등산을 한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발도 아프고 몸도 무겁다. 내일 일찍 일어나면 비룡폭포랑 토왕성폭포 전망대로 가보려 한다. 귀찮으면 그냥 늦잠 자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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