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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19.1. 일본 가나가와현

[여행기] 일본 가나가와현 01, 가와사키

가나다라마바사 2021. 12. 20. 00:30



 다시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19년 1월의 여행기록을 뒤늦게 남겨본다.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또 바쁜 시간을 보낸 뒤, 겨울을 맞아 다시 평온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슬슬 다음 여행 계획을 세웠다. 좀 더 발을 넓혀볼까도 싶었지만 역시 또 일본이었다. 그냥 해외지만 부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 지난 1년 사이 다녀온 쓰시마, 후쿠오카 여행에 대한 기억이 워낙 좋아 앞으로 평생에 걸쳐 일본의 47개 도도부현을 다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도 했고...

 

그간 큐슈만 다녀봤으니 이제 간토지역을 여행해볼까 싶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대도시를 한 번 느껴보고 싶었다. 다만, 도쿄는 너무 사람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도쿄 같은 곳은 뭔가 혼자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쿄에서 조금 비껴나가 바로 인접한 가나가와(神奈川)현을 여행지로 잡았다.

그런데 가나가와가 워낙 많은 관광지를 가진 곳이다 보니 4박 5일만으로도 다 둘러보기에는 무리였고, 하코네, 오다와라 같은 중부, 서부 지역까지 둘러보는 건 포기하고 요코하마, 가와사키, 가마쿠라, 요코스카 등 동부 지역만 꽉 채워 여행해 보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번엔 대구공항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탄다. 밤 늦게 대구에 도착해 동대구역 바로 옆 모텔에서 숙박했는데, 오후에 많이 마신 커피 탓인지 여행의 기대감 탓인지 거의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새벽 4시가 되어 짐을 싸고 나와 대구공항으로 향한다. 동대구역에서 대구공항까지는 한산할 때는 택시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새벽 다섯 시쯤인데도 공항에는 사람도 많고 떠들썩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1년 전이었는데 진짜 이때만 해도 사람들 해외여행 엄청 다녔던 것 같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비행기에 무슨 조치를 한다고 이륙이 조금 늦어졌다. 이륙한 지 얼마되지 않아 날이 밝아왔다.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인데 나리타 공항보다 훨씬 북쪽으로 갔다가 방향을 휙 꺾어 남하하는 식으로 착륙한다. 위치상 후쿠시마 현인지 이바라키 현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 육안으로 처음으로 태평양을 본 순간이다.

 

나리타 공항에 착륙한다. 통로 좌석보다 조금 불편함에도 항상 창가 좌석을 고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여행지에 도착할 때의 설렘이 크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는 나리타 익스프레스(NEX)를 이용했다. 난 목적지가 도쿄가 아닌 가나가와 현이었기에 요코하마 역까지 향하는 왕복 티켓을 끊었는데 요금은 4,000엔이었다. 전날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던 탓인지 열차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자다 중간중간 깨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졸았다. 다행히도 목적지를 지나치지는 않고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요코하마 역에 내려 코인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다시 가와사키로 간다. 참 묘한 느낌이 드는 게 불과 반 년 사이에 벌써 세 번째 일본에 온 거라 그런지 몰라도 전혀 외국에 온 느낌이 아니다. 이상하게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다.

우선은 가와사키의 무사시코스기(武蔵小杉)로 간다. 관광지로서의 의미는 크지 않지만 최근 들어 크게 발전한 동네고 간토 지역 내에서 살고 싶은 도시 설문조사를 하면 거의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곳이라 해서 그냥 한 번 구경이나 해볼까 해서 가보는 것이다.

큼직하고 웅장한 빌딩들이 보인다. 정확히는 사무용 빌딩인지 고급 아파트인지 모르겠다. 이 길을 걸을 때 판촉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 왔는데. 일본어 못한다고 하니 멋쩍게 웃으며 저 멀리 떠나갔다. 나도 친절히 응해주고 싶지만 일본어가 짧아 어쩔 수 없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한적하면서도 많은 것들이 갖춰져 있다. 물론 관광지로서의 재미는 전혀 없는 곳이지만 참 살기 좋아보이긴 했다.

 

 

무사시코스기에서 조금 올라가면 신마루코(新丸子)라는 동네인데, 조금 더 걸어가면 가나가와현과 도쿄도를 가르는 다마강(多摩川)이 나온다. 위 사진의 저 다리를 건너면 도쿄다. 저 멀리 보이는 도쿄를 바라보다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신마루코 동네 일대는 그냥 말끔하고 차분하다. 평일 낮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신마루코 역 인근 상점가가 정말 아기자기한 일본 상점가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사진을 하나도 찍지 못했다. 이제 열차를 타고 가와사키로 향한다.

가와사키(川崎) 시는 인구 150만 가량의 대도시다. 거대한 수도권 공업지대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도시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좋은 스팟들 돌면서  공단 야경 사진을 찍는 것이 이 도시의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일 정도다. 행정 구역이 길쭉한 모습인데, 일본 수도인 도쿄와 일본의 인천이라 할 수 있는 요코하마의 딱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포지션인 부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이기도 하다.

가와사키 역 앞의 풍경. 일본 도시 특유의 조용한 번화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조금씩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일단 비를 피하기 위해 마트 같은 곳에 들어갔다. 거기서 마스크를 샀는데, 그냥 낯선 곳에서 얼굴 까고 다니기보단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마음 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나가다 보면 현지인들 거의 1/3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기도 하고...

참고로 코로나 시국 이전에도 일본인들은 마스크를 참 많이도 쓰고 다녔는데, 감기 예방이나 위생적인 이유도 있지만, 일본 전국의 산마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삼나무(봄이 되면 엄청나게 많은 꽃가루를 뿜어내고, 이게 알러지 증상을 유발한다고 한다) 때문이라고도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역 앞 상점가의 타이요켄(太陽軒)이라는 중국 음식점에 갔다. 이곳 가나가와 현은 최대 도시인 요코하마에 큰 차이나타운이 있어서인지 각종 중화요리들이 명물 음식으로 꼽히는 곳이고, 그래서인지 인접한 이곳 가와사키에도 중국 음식점이 많았다.

식당에 들어가 산마멘(サンマーメン)과 샤오룽바오(小籠包)를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샤오룽바오를 주문하니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종업원 분이 당황한 듯 나에게 손짓을 동원해 가며 설명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제 와 떠올려 보면 아마 새로 빚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때는 가벼운 인삿말이나 "저는 일본인이 아닙니다" 같은 표현만 알았으니 알 수가 없었고, 내가 그냥 알겠다고만 하니 시간이 좀 걸려서 산마멘에 이어 샤오룽바오가 나왔다.

산마멘은 일본 현지의 중화요리점에서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고기, 야채를 넣어 만들어낸 일본식 중화요리인데, 구수하면서도 적당히 기름진 느낌이 좋았다.

샤오룽바오는 육즙이 엄청 많은 만두다. 보통은 먹을 때 넓적한 중국식 숟가락 위에 얹고 젓가락으로 만두를 찔러 육즙을 빼어낸 뒤, 숟가락에 고인 육즙을 먼저 후루룩 마시고 만두는 좀 식은 뒤에 먹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당시에 그런 것은 전혀 몰랐고 아무 생각 없이 샤오룽바오를 한입 베어 물었는데 육즙이 찍 하고 튀어나와 당황했다. 그러고는 식지도 않은 것을 입안에 넣었는데 뜨거워서 입천장이 홀랑 데어버렸다.

참고로 이번에 블로그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보니 이 타이요켄은 2020년 3월에 영업을 정리했다고 한다. 나름 추억이 있는 곳인데 폐업했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위 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니고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것이다.

이번에도 시청 사진 찍기를 하기 위해 가와사키 시청을 찾았는데... 시청이 있어야 할 곳에 시청이 없다.

알고보니 가와사키 시청이 대대적으로 개축 예정이라 건물이 대부분 헐린 것이라 한다.

가와사키 역 앞 상점가를 거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다. 그런데 두번째 사진 오른편 간판을 보니 유흥업소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모양이다. 사진을 찍고 나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 하다가 이번에 블로그 글을 쓰면서야 알게 되었다.

가와사키 역 근처에 자리한 사철 역인 케이큐가와사키(京急川崎) 역에서 전철을 탄다. 번잡한 번화가 딱 한 가운데 전철역이 있다.

전철이 도착한 곳은 가와사키다이시(川崎大師) 역이다. 가와사키 다이시는 이곳 시민들이 즐겨 찾는 큰 절이다.

역에서 가와사키 다이시로 갈 때쯤에는 이미 비가 그쳐 있었다. 비가 그치고 저 멀리 무지개가 보이기에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가와사키 다이시 앞 골목이다. 각종 기념품을 비롯해 먹을 것들을 파는데, 내가 일본의 불교 문화에 대해 잘 모르니 이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물건인지는 알 수 없다. 음식을 파는 상점의 점원들이 칼로 도마를 일정한 박자에 따라 두드리며 타악기 같은 소리를 내었는데, 꽤나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이걸 동영상으로 기록해두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이 가와사키 다이시는 헨켄지(平間寺)라고도 불린다. 12세기에 처음 지어졌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건물들은 근현대에 개축된 것 같다.

평일 오후인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절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새해에는 소원을 빌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데, 방문객 수로는 일본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절이고 특히 가나가와 현 내에서는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공업단지 쪽으로 향한다. 가와사키 시내버스는 전구간 동일 요금이라 다른 일본 도시들과 달리 우리나라처럼 앞문으로 타서 먼저 요금을 지불하고 뒷문으로 내린다. 가와사키라는 도시가 거대한 공업도시이다 보니 관광할 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까도 얘기했 듯 공장 야경 찍는 게 관광상품일 정도니까... 어쨌든 도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가나가와현(神奈川県), 동쪽으로는 지바현(千葉県)까지 이어지는 이 공업지대를 게이힌공업지대(京浜工業地帯)라고 하는데, 경제 대국인 일본에서도 핵심적인 공업지대라고 한다.

공단 한 켠, 저 멀리 하네다공항(羽田空港)이 보이는 곳에 왔다. 내가 내린 나리타공항(成田空港)과 비교하자면, 하네다공항은 우리나라로 치면 김포공항, 나리타공항은 인천국제공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나리타공항은 이런저런 한계로 인해 계획한 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오히려 하네다공항이 다시 크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비행편은 많지 않은데, 대부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비행기들이 쉴새 없이 오간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버스 밖으로 보이는 공단의 풍경을 담아본다. 내가 태어나 자랐던 포항도 저런 공장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공단이란 곳이 항상 치안도 좋지 않고 많은 오염도 유발하니 사람들이 기피하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흔적이 느껴지는 곳이라 왠지 정겹다.

공업지역 내에 자리한 가와사키 마리엔(川崎マリエン)에 왔다. 항만, 공단 관리와 관련된 각종 관공서와 문화시설이 있다고 하는데, 이 건물의 전망대가 공단 전체를 조망하기 좋다고 하여 왔다. 앞서 말했 듯 공장 야경 찍는 것이 이 도시의 가장 유명한 관광상품이라고 하는데, 사실 내가 가진 휴대폰 카메라로는 그런 사진은 제대로 찍지도 못할 것이니 그냥 높다란 곳에서 구경이나 할까 싶어 온 것이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전망대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휴대폰 카메라에 있는 타임랩스 기능이 왠지 궁금해 한 번 찍어보았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어두워지고 공업지대는 불빛으로 물든다.

저멀리 항만의 크레인들이 보인다. 어떤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동물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가족이 아이에게 항만의 크레인들을 보여주며 기린을 보자고 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기린 같기도 하다.

저 멀리 연기를 내뿜는 굴뚝을 찍어본다. 영상에도 나오 듯 전망대 내에서는 은은하게 음악이 계속 재생되어 나온다.

이제 내려와 다시 가와사키 역으로 향한다. 저녁을 먹고 요코하마에 있는 숙소로 갈 것이다. 어젯밤에 거의 잠을 못 이룬 상황에서 오전에 나리타 익스프레스 열차 안에서 한시간 남짓 꾸벅꾸벅 존 것이 전부다 보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이때가 오후 다섯 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는데, 일본 회사들은 보통 17시가 퇴근 시각이다 보니 공단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이 버스에 많이 탔다.

가와사키 역에 도착해 뜬금 없이 에스컬레이터 사진을 찍는다. 왜 굳이 사진을 찍었냐면, 이 에스컬레이터가 세계에서 가장 짧은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나도 찍고보니 참... 왜 굳이 저기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나 싶다. 이용자 편의를 위한 것이라 보기도 어려운 것이, 중간까지는 계단으로 되어있다.

가와사키 역 근처에 있는 가네코 한노스케(金子半之助)라는 텐동 가게에 왔다. 튀김 덮밥인 텐동(天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도쿄와 인근 곳곳에 여러 지점이 있는 가게다.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에도마에텐동(江戸前天丼)을 주문 했는데, 장어튀김과 새우튀김 등 여러 튀김이 있다. 두둑히 배를 채우고 숙소로 향한다.

요코하마로 향하는 전철을 타기 전 가와사키 역의 모습을 찍어본다. 이제 오후 7시쯤 된 시각인데, 이 사진 이후로 사진이 없다. 왜냐하면 정말로 피곤했기 때문이다. 토요코인에서 숙소 체크인 하고 죽은 듯 잠들었다. 이번 여행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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