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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일본 가나가와현 06, 밤의 요코하마, 중화가

가나다라마바사 2023. 2. 8. 23:56

요코하마역에 도착했다.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져서 그렇지 아직 여섯시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각이다. 저녁을 해결하고 야경이나 좀 구경할까 싶다.

요코하마역 맞은 편 스카이빌딩에 있는 잇파치야(壱八家)라는 라멘 프랜차이즈 점에 들어갔다. 어제 가와사키에서 먹은 산마멘과 함께 요코하마에서 탄생한 면 요리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이에케라멘(家系ラーメン)이라는 것이다. 국물은 돈코츠와 쇼유를 혼합해 만들고, 김과 함께 시금치가 토핑으로 올라가는 게 특징이다.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가나가와 현 내에 이에케라멘 전문점들이 여럿 있고 70년 대에 가장 먼저 시작한 원조집을 중심으로 만든 가계도까지 있다고 한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가득차 정신 없이 후다닥 먹고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슬슬 미나토미라이21(みなとみらい21) 쪽으로 걸어간다.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横浜ランドマークタワー)의 모습이 보인다.

야경을 천천히 즐기며 걷는다. 추운 1월 밤이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랜드마크 타워와 그 주변의 야경도 영상으로 한 번 담아본다. 미나토미라이21은 옛 부두가 있던 지역을 재개발해 만든 계획도시 지구인데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요코하마 코스모월드(よこはまコスモワールド)라는 놀이공원도 있는데, 공원에 있는 관람차의 모습이 야경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도심의 관람차 하면 런던의 런던아이가 유명한데, 런던아이가 2000년에 만들어진 반면, 이 코스모월드의 관람차는 1989년부터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쇼핑몰도 있다. 지금 뭐 당장 사고 싶은 건 없으니 그냥 지나간다.

아카렌가소코(赤レンガ倉庫) 옆을 지나간다.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붉은 벽돌로 쌓아 만든 창고인데, 보세 창고로 쓰이다가 버려졌지만, 2000년대 들어 리모델링 해 문화, 상업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나름 요코하마의 명소 중 한 곳인데 밤이라 그런지 지금은 그저 썰렁하기만 하다.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요코하마 세관(横浜税関)이 나온다. 요코하마의 근대 건축물 중 하나인데 특히 우뚝 솟은 저 탑이 유명하다고 한다.

요코하마의 국제여객선 터미널 역할을 하는 오산바시(大さん橋)라는 곳이다. 굳이 직역하면 '큰 분 다리(?)'라는 곳인데, 바다를 향해 길쭉하게 튀어나온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고래를 연상케 하다보니 고래를 일컫는 은어인 大さん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밤에 이 오산바시 위에서 바라보는 미나토미라이의 야경이 일품이다. 1월 한겨울이라 춥고 특히 바닷가라 칼바람이 불지만 야경만큼은 참 아름답다.

오산바시의 바닥은 목제데크로 되어 있다. 사진에 보면 King, Jack, Queen이라고 적혀 있고 탑 그림이 있는데, 요코하마의 근대 건축물 중 탑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세 건물에게 저렇게 별명을 붙여 부른다고 한다. 아까 지나쳤던 요코하마 세관의 탑이 Queen의 탑이다.

저 멀리 요코하마 베이브리지(横浜ベイブリッジ)가 보인다. 구글지도를 보니 저 다리를 건너면 공업 지구다. 거기서 쭉 더 가면 전날 내가 공장야경 보러 갔던 가와사키의 공업지구가 나온다.

오산바시 자체가 국제여객선 터미널이자 부두 역할을 하는 곳이라 배도 정박되어 있다.

돌아 나오는 길. 저 멀리 요코하마 세관과 새로 건축 중인 큰 빌딩들, 그리고 랜드마크 타워가 보인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야식 거리 하나 사러 중화가(中華街)로 향한다.

요코하마 야구장 방향으로 난 현무문(玄武門)을 지나 중화가로 들어선다. 요코하마 중화가는 아시아 최대의 차이나타운이라고 한다. 중화가에는 각 방향마다 이런 문이 여럿 있다.

여기는 중화가 외곽에 해당하는 곳이라 다소 한적한 편이다.

선린문(善隣門)이라는 문인데, 이 문 안쪽부터가 진짜 중화가의 중심이다. 벌써부터 화려함이 느껴진다.

방금 전까지 일본이었는데 어느새 중국의 밤 거리에 온 느낌이다. 짐짓 추측으로 실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거의 일본인이거나 일본에 오래 산 화교들이 아닐까 했는데, 막상 가보니 호객하거나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서로 중국어로 대화하는 진짜 중국인들 비중이 상당해 보였다.

또 문이 하나 보인다. 뭔 문인지 기억이 안 났는데 사진을 자세히 보니 기둥에 한자로 조양문(朝陽門)이라고 쓰여 있다.

이 날 뭐가 씌였는지 문만 보이면 사진을 찍었다. 윗 사진의 문에는 관제묘도(關帝廟道)라고 쓰여 있는데, 관우 사당이 있는 관제묘가 있는 길이란 뜻이고, 아랫 사진은 시장거리(市場踊り)라는 뜻.

사방에 맛있어 보이는 집들이 가득한데, 이미 저녁을 먹은 게 아쉬울 뿐이다. 중화가 명물인 니쿠망(肉まん=고기만두) 파는 집을 찾으며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중화가에 많이 보이는 게 타베호다이(食べ放題)라는 것인데, 쉽게 말해 무한리필로 주문 가능한 코스다. 간판을 보면 이 가게는 67종을 1,680엔에 즐길 수 있는 코스랑 133종을 2,480엔에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있다. 둘 다 시간은 무제한이다. 이번 여행 중에 타베호다이 한 번 가볼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안 가본 게 아쉽다.

둘러보다 보니 요코하마 중화가는 중국의 화려함과 일본의 깔끔함이 잘 조화된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 내내 밤에 이 곳을 들르는 게 일정의 마감이었다. 이제 슬슬 고기만두(肉まん, 니쿠망) 하나 사 들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고기만두는 요코하마 중화가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저녁 먹은 배가 아직 안 꺼져서 그냥 하나만 샀다. 날씨도 춥고 숙소에서 샤워 한 후에 먹으니 다 식은 게 좀 아쉬웠지만 건더기가 아주 실했다. 둘째 날의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미우라 반도(三浦半島)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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