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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일본 가나가와현 02, 가마쿠라 1 본문

2019/2019.1. 일본 가나가와현

[여행기] 일본 가나가와현 02, 가마쿠라 1

가나다라마바사 2022. 2. 9. 21:00

푹 자고 일어나 둘째 날 일정을 시작한다. 숙소 근처에는 야구장이 있는데,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구단의 홈구장인 요코하마 스타디움이다. 당시 비시즌이라 증축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이 글을 쓰는 건 2022년으로 이미 한참이 지났는데, 저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2021년의 도쿄 올림픽 때 야구 주 경기장으로 쓰였다.

칸나이역(関内駅)에서 가마쿠라(鎌倉)시로 가는 열차를 기다린다. 오늘은 하루종일 가마쿠라를 여행할 것이다. 12세기 가마쿠라 막부의 정치 중심지였던 곳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인구 17만 정도 되는 간토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다.

40분 정도 달려 시가지 북측에 위치한 기타가마쿠라역(北鎌倉駅)에 도착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가마쿠라에서 이 기타가마쿠라 지역은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이다. 아침 공기가 선선하지만 그리 추운 느낌은 아니었다.

역 근처에 자리한 엔가쿠지(円覚寺)라는 절로 향한다. 우리나라 식으로 읽으면 '원각사'다. 13세기에 지어진 절인데, 내부에 자리한 사리전(舎利殿) 건물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 가마쿠라에 있는 절들 대부분은 적게는 200엔에서 많게는 500엔 정도 입장료를 받는다. 다만, 오늘은 그냥 이런 비용은 신경쓰지 말고 웬만한 곳은 다 가보려 한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산문(三門(山門))을 통과해 절 안으로 들어간다. 길게 뻗어자란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불전의 모습이다. 옛 건물은 관동대지진 때 붕괴했고 지금 건물은 1960년대에 철근콘크리트로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경내에 작은 연못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이름은 묘코치(妙香池)라고 한다. 평일 아침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한적하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일본 국보로 지정된 사리전(舎利殿)이다. 15세기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며, 가나가와 현의 유일한 국보 건물이라고 한다.

엔가쿠지에서 나와 기타가마쿠라 역으로 돌아온다. 철길을 따라 걷다가 건널목에서 건너편으로 넘어간다.

엔가쿠지 맞은편에 자리한 토케이지(東慶寺)라는 절로 들어간다. 우리식으로 읽으면 '동경사'인데, 옛날에는 여자 승려들이 지내던 비구니 절이기도 했고, 원치 않는 결혼을 했거나 남편에게 시달리다 도망쳐 온 여성들을 숨겨주는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절에 들어서면 나무가 쭉 심어져 있는데, 아마 매화나무인 것 같다. 봄에 꽃 필 때 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토케이지의 본당이다. 아까 본 큰 절의 본당과는 다른 자그마한 모습이다. 본당 안에 불상이 모셔진 곳은 은은한 조명이 비추어지고 있다.

절 뒤편으로 가본다. 예전 쓰시마 여행에서도 느낀 거지만, 일본인들은 절에 묘지를 만드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울창한 숲에 대나무, 이끼 낀 돌담, 겨울이라 차가운 공기, 묘지가 주는 느낌까지 더해지니 음산하고도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토케이지를 떠나 이웃 절인 조치지(浄智寺)로 향한다. 우리식으로 읽으면 '정지사'다. 이 절도 숲 속에 자리해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이 절도 처음 지어진 건 가마쿠라 막부 때라고 하는데, 황폐해졌던 시기를 지나 지금 건물들은 20세기 들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가마쿠라에서도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는데, 이 지역은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높은 편이라 11월 말에서 12월 초순이 단풍 절정기라고 한다.

절 안에 바위를 뚫고 지나가는 자그마한 터널 같은 것이 있었다. 내가 여기를 통과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굵은 대나무, 가는 대나무가 여기저기 길가를 따라 솟아 있다. 절 안이 참 예쁘게 꾸며져 있다.

커다란 절이었던 엔가쿠지와 앞서 들른 자그마한 토케이지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이래저래 산책할 곳들이 많은 절이다. 경내와 건물들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아까 그 바위 근처에는 아래가 움푹 파인 곳이 있고 이런저런 상들이 놓여있다. 저 배가 나온 상은 후쿠오카 난조인에서도 본 것인데, 역시 배를 만지면 좋다는 전설 같은 게 있는지 배만 맨들맨들한 상태다.

찾아보니 당나라 때 승려인 포대(布袋)화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도 불교 사원에 자주 세워지고, 우리나라나 베트남에서도 복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를 지녀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복을 가져다 주는 칠복신 중 하나로 여겨져 절 같은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크지는 않지만 생각 없이 거닐기 좋았던 조치지를 뒤로하고 다음 명소로 향한다.

다음 절은 메이게츠인(明月院)이라는 곳이다. 우리 식으로 읽으면 '명월원'인데 절의 초입에는 가마쿠라 막부 때의 권력자인 호조 토키요리(北条時頼)의 묘가 있다. 어릴적 먼나라이웃나라 일본편을 통해 어렴풋이 알기로는 가마쿠라 막부를 창건되고 얼마 되지 않아 쇼군의 처가였던 호조 가문이 실권을 장악했다고 하는데, 그 가문의 일원이 아닐까 싶다.

원래 수천 그루의 수국이 심어져 일명 '수국절'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는데,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수국이 핀 모습은 못 본다. 한편으로는 수국 못지 않게 단풍이 유명한 절이기도 한데, 단풍도 이미 시즌이 지났다. 그리고 이 절에 또 유명한 것은 이 본당 건물이다. 왜 유명한지는 내부를 보면 안다.

저 창문을 일명 '깨달음의 창문(悟りの窓)'이라고 한다는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특히 가을 단풍철의 풍경이 유명하다고 한다. 창 너머 정원은 대부분의 기간은 출입금지이지만 단풍철 등 일부 기간에는 외부에 개방된다고 한다. 보통 때는 사람들이 이 곳 사진을 찍기 위해 줄 지어 서 있다고 하는데,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아침이라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본당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경내의 정원을 둘러본다. 청설모가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는다.

메이게츠인을 떠나 켄조지(建長寺)로 향한다. 우리 식으로 읽으면 '건장사'다. 아까 들렀던 엔가쿠지보다도 훨씬 규모가 큰 절인 것 같다. 앞에 대형 주차장도 있고, 여기서부터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산문부터 거대하다. 이 절도 가마쿠라 막부 때 세워졌다고 하는데, 절 전체가 국가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벌써 3년 전 여행이라 무슨 건물인지 기억이 안 나서 구글 지도로 다시 찾아보니 여기가 불전이라고 한다. 합장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야 뭐 불교 신자는 아니니 그냥 구경만 하고 간다.

불전 바로 뒤에는 법당이 있다. 차이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법당은 불전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하는데...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아무튼 이 켄조지 법당은 가마쿠라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들 중 하나라고 한다.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 외부 모습과 달리 내부는 화려하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불상이 있는데, 고행중인 석가모니를 나타낸 것이다.

엄청나게 화려한 문이 보인다. 당문(唐門, 가라몬)이라는 건데, 당문이라는 건 일본에서 중국 풍으로 만든 화려한 문을 의미한다고 한다. 보통 중간 이상 크기의 절에 많이 설치되어 있고 출입 용도로는 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까 둘러본 법당과 불전의 모습이다. 켄조지가 워낙 큰 절이라 경내에 간단한 산책로도 있다고 하는데, 거긴 스킵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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